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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꽃 감성 타투
이 공간은 개인적으로 타투 작업을 하며 경험하고 느꼈던 일들에 대하여 개인적인 반성이나 고찰들을 기록하기 위해 시작하는 것으로 기재된 내용에 대한 사실여부나 정확도에 대해서는 뇌피셜임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나는 감성 타투를 사진으로 보는 것은 굉장히 좋아한다. 하지만 타투 후, 발색이 다 된 상태에서는 사진으로 본 것보다 실물로 봤을 때 만족도가 더 높은 적은 없다. 이것은 작업자의 스킬적인 문제나 관리자의 미숙함 탓이라기 보단 그냥, 그림 스타일이 그렇기 때문이다.
나는 생각이 지나치게 많은 편이라 글자 하나를 몸에 새기는데도 수백수만 가지 디자인적 경우의 수를 세어본다. 어떤 게 더 예쁠 것인가 고민하다 보면 새기는데 걸리는 시간은 10분도 안될 것을 일주일을 고민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론 능률 대비 시간낭비이다. 심신의 안정을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는 차차 줄여나가야지 하는 중이다. 다만 이게 내 몸일 경우엔 생략하거나 무한정 시간을 써도 상관없지만 고객을 상대하는 경우엔 말이 달라진다. 시간은 한정적이고 저 사람의 고민을 나는 '덜어줘야'하는 입장인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나는 고민을 더해준다. 완벽한 모습의 타투를 위해 오조오억 개의 경우의 수를 다 보고 나야 직성이 풀리는 이 성격을 손님에게도 곧이곧대로 강제 참여시켜버린다. 이 부분도 고치려 노력 중이다. 사실 지금 하는 고민들의 90%는 미래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생각이 많은 사람들이 타투를 하려고 하면 의미에서 시작해 디자인에서 생각의 실타래가 뭉쳐 얽혀버린다. 정답이 너무 많아 이도 저도 선택하지 못하고 결국 시작도 못한다. 내가 늘 그렇다. 그러다 결국 아무렇게나 하고 나면 속이 풀려버리고 내가 뭘 했나 잊어버린다. 이런 식으로 내가 몇 날 며칠을 고민한 시간들이 사실 아무 쓸모없던 것들이었는데도 나는 같은 일을 반복한다. 자기반성 급발진... 또르르...
의미에 중심을 두면 의미가 가장 도드라지게, 아름다운 느낌에 강점을 살리려면 의미는 조금 희미해도 괜찮다. 어차피 글자로 쓰는 게 아니니까 결과적으론 의도하는 나만 알면 그만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감성 타투는 아름다운 '느낌'의 부분에 중요함이 맞춰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두고두고 변함없는 의미보다는 다소 희미한 느낌이어도 내가 또렷하게 기억하는 나의 기억 같은 것이다.
감성 타투들은 비교적 사이즈가 작다. 10cm 내외로 몸 어딘가 포인트가 되는 엽서나 미니어처 같은 느낌이랄까.
자그마한 것들은 멀리서 보면 존재감이 미미하다. 하지만 분명히 그곳에 있음은 안다. 감성 타투도 마찬가지더라. 작은 타투는 디테일을 모두 다 잡으려고 하면 되려 전체가 망가진다. 밸런스 붕괴로 이도 저도 안되니 선택과 집중이 확실한 편이 더 좋다.
사이즈가 작고 명암이나 라인이 강하지 않아 임팩트가 좋은 편은 아니며 발색된 후에도 첫 느낌 그대로 유지되기가 쉽지는 않다. 첫 느낌 자체가 여리고 희미한 드로잉 느낌을 따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타투가 이미 많기 때문에 어디에 뭐가 있었나 잊고 지내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가끔 내 몸에 지워져 흐릿해진 타투를 우연히 보게 되더라도 굳이 새로 진하게 채우진 않는다. 하지만 언젠간 다시 제대로 그려 넣겠다는 다짐은 한다. 감성 타투가 딱 그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미관상 두고두고 보기에 아름다우면 괜찮지만 어딘가 자꾸 신경이 거슬린다. (이건 개인적인 생각이다) 희미해진 자연스러움도 마음에 들지만 가끔 수가 틀릴 때 눈에 띄면 거슬린달까...
그래서 작업을 하면서 정말 고민을 많이 하는 방향 중 하나이다.
'여백의 미'는 굉장히 중요한 디자인 표현 방법 중 하나이다. 생략을 표현의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감성 타투를 보며 느끼는 야리야리하다 하는 느낌은 이런 '생략'된 부분에서 오는 여백의 미에서 발생한다.
아주 단순하게 종이에 연필로 그림을 그리듯이 처음에는 정직하게 생략하는 방식을 그대로 적용해봤다. 하지만 역시 발색된 뒤 보면 어딘가 미완성된 느낌이 들거나 그렇게 느끼게 되는 미묘한 어색함이 발생하더라. 이건 타투가 가진 지속성에 반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모순에서 오는 역설인 것 같다.
단순히 생략하는 방식은 생략이라는 의도를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냥 하다 말았다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데, 그림의 이해도가 낮아서라고 하기엔 그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판단을 맡기는 일방적인 소통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다여야 한다. (이 부분은 정말 과한 욕심이니 공부를 더 해야 하지만 역시 의도까지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말 잘 그린 그림이다)
위의 다양한 고찰과 실험을 통해 나는 타투에 모든 라인을 대체로 사용하기로 했고 감성 타투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라인을 모두 사용하면서도 여린 느낌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여전히 마음에 들어찬 답을 발견하진 못했다. 그래도 조금씩 채워 가다 보면 언젠가는 힌트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도안 제작
양력과 음력으로 나뉘어 달력을 체크하는 문화 덕분에 우리는 1월 1일이 아닌 2월 11일부터 새해를 새로 맞이하게 된다. 덕분에 새해 첫 마수걸이로 아주 즐거운 작업을 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타투 셰어를 보고 연락을 주셨던 손님이신데 내가 그리는 그림들의 드로잉 느낌을 무척 좋아해 주셨다. 전적으로 믿고 맡겨주시는 느낌이라 더욱 힘이 나서 열심히 고민하고 만들어가던 그림이다.
타투 셰어에는 인스타그램에 먼저 업로드했던 작업들을 틈틈이 올려두는데 인스타그램보다 타투 셰어를 보고 연락 주시는 분들이 더 많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내 계정이 노출이 잘 안되나 보다. 로직이 어쩌고 하는데 사실 sns 문맹에 가까운 인간이라 이런 부분은 봐도 봐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연락을 주신 것 자체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
같은 디자인으로는 작업하지 않기 때문에 원하는 '느낌'을 먼저 상담한 뒤 도안 제작을 새로 진행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위치와 크기이다. 하지만 이번 작업 같은 경우 내가 주로 그리는 그림 스타일에 가장 가까웠기 때문에 상담하며 의뢰자분이 원하시는 느낌을 캐치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위치와 크기를 작업 직전 정했고 원하는 느낌이 명확했던 케이스라 디자인 제작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디자인 제작에 소통은 원활했고 이제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비슷한 '느낌'을 구현하는 것이 사실 가장 어렵다. 어떤 식으로 더 예쁘게 표현할지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칼라꽃의 경우 잎사귀가 사실 저렇게 길쭉하지 않다. 부채꽃 모양에 더 가까운데 한송이의 간결한 느낌을 더욱 강조하고자 생략한 부분이었다. 의뢰한 분도 그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고 하셔서 이리저리 다양하게 드로잉을 진행해보았다.
꽃 안에 수술이 있고 없고, 잎사귀의 형태나 면적이 어떻게 들어갈지 미묘하지만 다양하게 진행했다. 그림은 그리는 과정이 얼마나 오래 걸리던 결과를 보는 것은 순간이다. 그래서 그림으로 그리기 전 니즈 파악의 명료함이 정말 중요하다. 시간이 한정적일 경우 더욱 그렇다.
꽃 수술이 없고 잎이 볼륨감이 있도록 하기 위해 f 디자인으로 최종 컨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꽃 수술이 들어간 디자인도 귀여웠다 :)
드로잉을 하며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볼륨인데 어두운 부분이 너무 과하면 꽃의 가볍고 하늘하늘한 느낌이 사라지기 때문에 명암을 채울 때에는 사물의 텍스쳐에 신경을 써야 한다. 잎사귀의 색상이 더 짙다고 해도 꽃과 과도하게 차이가 나면 동떨어진 느낌이 들 수 있으므로 적절한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꽃을 잘 그리는 사람들이 정말 부럽다.
작업 사진
팔이 굉장히 길고 가느다란 예쁜 선을 가진 고객님이셨다. 덕분에 타투가 더 예뻐 보였다 :) 무지 잘 어울리는 주인과 디자인이었기에 작업하기 전부터 무척 기대되던 도안이다.
위치를 정할 때, 양쪽 팔 모두 고려하던 중이라 긴 머리를 잠깐 묶어달라 요청드렸는데, 팔을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사진 속 타투가 어깨라인에 자연스럽게 둘러지는 곡선이 무척 아름다웠고 나는 고민 없이 이 위치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 위치는 마땅한 아름다운 자리였다. 다음번에 리터치를 받으러 오신다고 한다면 머리를 묶는 포즈로 사진을 다시 찍어보고 싶다고 요청해야겠다.
실제 작업한 사이즈는 12cm 정도이다. 화이트 컬러로 하이라이트까지 마무리한 상태이나 피부톤이 밝은 편이시기도 하고 워낙 톤이 밝은 그림이라 티가 잘 나진 않는다.
그림으로 그렸던 디자인보다 아우트라인을 조금 더 강조해 발색 과정에서 색이 흐릿해지더라도 꽃의 전체적인 외형이 사라지지는 않도록 신경 써서 진행했다. 발색 후 사진을 얻을 수 있으면 추후 수정해야겠다.
이번 작업으로 새롭게 깨달은 최고의 꿀팁이라면 저 위치에 곡선형의 디자인이 무진장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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