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차 타투이스트가 생각하는 타투하는 이유

안녕하세요 타투이스트 나인 Nine입니다. 😊

구글에 프로필을 수정하다가 문득 저를 제대로 소개할 기회가 없었던 것 같아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남겨봅니다. 

저는 "나다움이 곧 아름다움"이라는 가치를 추구합니다. 

만나는 한 분 한 분의 세계관을 지지하며 그들이 자신답게 살 수 있게, 긍정적인 모습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삶의 태도를 배우고 나누려 합니다. 저는 이를 위해 고객의 건강을 추구하고 아름답고 멋진 타투를 제공합니다. 

타투는 유독 편협한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어떤 분은 이를 평생 증명하고 사는 것이 재미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현재 시대의 타투는 고급 문화의 한 부분입니다.

타투는 4가지의 준비물이 필요합니다. 바로 건강과 시간, 돈, 안목입니다. 멋진 타투를 위해 그만한 안목이 필요한 건 당연해 보입니다. 하지만 사실 타투가 멋진지 아닌지는 부가적인 사항입니다. 안목을 제외하더라도 앞의 3가지 준비물이 없다면 갖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돈이 많아도 건강하지 못하면 타투를 받을 수 없습니다. 모든 사람은 나이가 들며 젊음은 한때입니다. 그 나이에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있고 가장 훌륭한 결괏값을 기대할 수 있는 시기가 있습니다. 타투는 실시간으로 함께 나이를 먹는 생명체와 같기 때문에 젊고 건장한 신체는 정말 중요한 요소입니다. 오늘이 가장 젊은 날임은 반박의 여지가 없죠. 

이제 와서 타투를 받기에는 늦은 것 같나요? 언제나 우리는 지금 뿐입니다.

제가 말하는 젊음이란 숫자의 표기가 아닙니다. 실제로 건강을 유지하고 쾌활하게 지내며 일상생활에 문제없이 자유로운 상태를 젊음이라 칭하는 것입니다. 

젊고 건강한 신체를 가진 사람이 건강한 마인드에 자기확신과 안목을 갖고 멋진 그림이나 자신의 삶의 신조, 신념, 혹은 어떤 것들을 기념하기 위한 방식으로 타투를  새깁니다.

타투를 새기기로 마음먹고 실행하기까지 일련의 모든 과정들은 굉장히 번거롭고 복잡하게 느껴집니다. 이런 복잡하고 번거로운 일들을 '굳이' 하는 것이 타투가 고급문화의 일부인 이유입니다.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인생을 즐기고 순간을 살수있습니다. 어떤 일이건 경험은 그 자체로 훌륭한 것입니다. 가장 위험한 선택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불변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죠.

좋던 나쁘던 시간은 흐르고 인생은 계속됩니다.

우리는 모든곳에서부터 배울 수 있습니다. 지금의 선택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판단은 아무도 알 수없습니다. 인생의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면 아름다움이 불완전성에서부터 오는 것임을 알게 됩니다. 

모든 것이 매일 변하는 세상에서 변함없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 존재하고 있음입니다. '나'의 자유의지를 적극적으로 누리고 시각적으로 즐길 수 있는 타투는 피부와 한 몸이 되어 제법 든든한 아군이자 힘이 되어줍니다. 자신의 자유의지와 힘, 독립성과 자주성 등을 표현하는 멋진 방식입니다.

 

 

8년 차 타투이스트로서 작업을 하며 느끼는 점은 한국사회에 점철되어 있는 막연한 불안감과 두려움입니다. 이는 한국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유독 한국사회는 비교문화와 곁들여 경쟁이 극도로 심화되어 있고 경쟁의 목적이 생존에 국한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그런 사람이었고 첫 시작과 4년 동안은 저를 착취하며 발전에 집착했습니다. 맹목적인 발전과 성장에 쫓기듯 목을 매며 번아웃을 반복합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까지 힘들게 살아야 하는 걸까?'

살아가면서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가? 정말 간단한 질문이지만 저는 이 질문을 위해 아주 오랜 시간을 방황했습니다. 그런 사람이 저뿐만이 아님을 알게 된 이후로는 더욱 치열하게 고민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주 오랜 시간 정답을 찾아 헤매는 질문인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과 만나며 작업하는 동안 나누는 이야기의 주제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본질적인 행복은 외부세계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찾을 수 있으며 이는 여유로움으로 나타납니다. 하루아침에 갈아끼우듯 찾아내고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바꿀수 없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타투라는 매체를 통해 조금 더 직접적이고 쉽게, 어렵지 않은 방식으로 정신적 고급문화를 나누며 저의 가족과 친구들, 우리 세대를 이롭게 하고 싶습니다.

타투를 정하고 새기고 관리하고 그 이후로 타투와 함께 생활하는 모든 방식에는 '굳이'라는 단어가 들어갑니다. 편리함에서 벗어난 일상과는 다른 이러한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는것에서 발전이 시작됩니다. 아주 작은 한걸음일지라도 경험은 쌓입니다. 매일의 발전과정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자신감과 안정감, 편안함과 여유로움이 단단하게 쌓여갑니다. 타투가 극약처방은 아닙니다. 다만 매일 하는 조깅이나 운동처럼 가끔 만나는 즐거운 이벤트처럼 아주 훌륭한 트레이닝이 되어줄 것입니다.

저렴한 가격을 지불하고 훌륭한 경험을 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모순입니다. 건강한 시장 구조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타투에 대한 나쁜 인식이나 사건들이 발생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투자한 만큼 돌아오는 법입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물건을 구매하고 싶은 심리는 자신의 경험에 대한 관점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배를 채울지 깨끗하고 좋은 영양소를 섭취해 몸을 이롭게 할지는 전혀 다른 맥락입니다. 어느 쪽에 더욱 관심을 두는지는 개인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현재 시대는 다음날 끼니를 걱정하는 시대가 아닌 AI에게 대체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입지를 찾아 나서는 자아발견의 세대입니다.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대한의 가치와 역량에 대해 고민하고 양질의 문화와 경험을 탐색하며 갈구합니다. 경험을 위한 투자는 말 그대로  경험이 투자에 비례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좀 더 나은 경험을 위해 더 많은 것을 알아보고 정보를 찾아봅니다. 타투는 '물건'이 아닌 '경험'에 가까운 소비입니다. 더 저렴하게 좋은 경험을 한다는 것은 누군가의 노력을 갈취한다는 의미입니다. 타투는 여전히 기계에 대체될 수 없는 기술 중 하나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물이 너무나 사적인 영역이라는 것입니다.

타투이스트로서 얼마큼 이 순간을 위해 제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지는 일일이 손님들에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가치를 알아보는 분들이 계시기에 증명이 아닌 보답으로 매일 제 하루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합니다. 이것이 문화가 발전하고 가치가 상승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실된 것은 모든 면에서 자연스러운 법입니다. 자연은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습니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 과하지 않게 모자라지도 않게, 그렇게 최선의 선을 찾고 공부합니다.

저는 홍대 미대 출신의 서양화 베이스 블랙 앤 그레이 아티스트입니다. 대부분의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올라운더 아티스트이기에 커스텀 디자인을 메인으로 진행합니다. 저의 주요 목적은 손님의 상상 속 세계관을 아름답게 정리하고 비주얼로 구현하는 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단련된 그림 그리기 기술은 아주 넓은 장르와 영역에서 사용됩니다. 그래픽 디자인부터 동양화까지 제가 여전히 장르를 불문하고 끝없이 배움을 정진하고 있는 이유는 제가 이해한 손님의 아이디어를 구현하는데에 막힘이 없기 위함입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제시하는 모든 제안들은 제가 현재 상태에서 제시할 수 있는 최상의 아웃풋이며 이는 매일 업그레이드 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고객층은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은 불특정다수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아이디어를 비주얼로 구현하는 작업은 미술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은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때문에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해 활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저에게는 미술이자 타투입니다.

만약 타투를 받으려고 한다면, 자신이 추구하는 미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그 추구미에 맞는 아티스트를 찾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자신의 지역과 시간, 스케줄등 현실적인 사항들을 고려하였을 때 가장 자연스럽고 부담이 덜한 방향이 최선이고요. 하지만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것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전문적인 영역에 가깝습니다. 때문에 상당히 깊은 성찰과 많은 자료조사가 필요합니다. 같은 업계에서 매일 다른 아이디어로 업무를 하는 사람의 데이터베이스는 단연 이제 막 시작하는 로직보다 풍부한 관점을 갖게 됩니다. 이런 능숙함을 최대한 활용하여 손님의 아이디어를 함께 정돈하고 알아가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입니다.

최근 정말 감사하게도 저의 고유한 타투 디자인의 세계관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제가 아티스트로써 저를 위한 시간보다 손님에 포커스를 맞춰 그림을 그리는 까닭에 개인작업시간이 거의 없기에 개인 도안이 많이 없었답니다. 덕분에 작년부터는 부담이 아닌 즐거운 마음으로 저를 위한 그림 그리는 시간을 많이 갖게 되었습니다. 저조차도 저의 취향을 잘 모르겠어서 차차 알아가는 중입니다. 너무 많은 정보는 오히려 0을 생성하는 것 같습니다.ㅎㅎ

최근 3년간 저는 한국의 민화에 큰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특히 호랑이에 큰 사랑을 갖고 시그니처 디자인으로 제작 중입니다. 저만의 시각으로 해석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저의 작업 방식을 통해 저만의 세계관에도 지대한 관심을 가져주는 여러분들 덕분에 저 스스로도 개인적인 발전을 추구하는 선순환의 고리가 완성되는 것 같아 매우 마음이 풍족합니다. 이런 기쁨을 다시 여러분께 돌려드릴 수 있도록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민화는 마음을 전하는 그림입니다. 어떤 그림을 어디에 어떻게 그리건 전하는 이에게 좋은 기운을 전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세기가 변해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 민화의 따듯함이 한국인 고유의 포근함과 포용력, 홍익정신에 맞물린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귀여운 것도 한몫했지만요 :)

한국적인 요소를 저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은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아직도 꾸준히 탐험하는 과정 중이며 그 사이 여전히 많은 분들을 만나고 그들의 세계를 만나 하루하루 저의 세계를 키워가고 있습니다. 매일 조금씩 커져가는 우주팽창 같은 느낌이랄까요? 치밀하게 계획하지만 어린 시절 그림 그리던 시간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세상이 이끌어주는 곳으로 즐겁게 항해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저도 앞으로의 제 그림이 아주 기대됩니다 :)

저의 스튜디오는 하루에 한 명의 손님만 받는 100%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떤 작업을 하더라도 저의 최상의 아웃풋을 전달해 드리고자 제 최선을 유지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입니다. 물론 한 팀으로 오신다면 그 팀까지는 조율 가능합니다. 저의 신체 컨디션 유지도 있지만 시간에 쫓기듯이 작업하지 않기 위함입니다. 방문일에 오신 손님들과 충분히 소통을 하며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으려면 저는 1:1이 짱이랍니다. 작업은 순간이지만 타투는 앞으로 계속 그분과 함께 할 것이기에 저는 손님의 미래를 더욱 존중하기를 택하겠습니다. 보이는 것 외로 굉장히 많은 것들을 고려하고 생각하며 제안하기에 박리다매적 시스템이 불가능함을 과거 몸소 깨닫고 내린 결단입니다.

아주 일부분만 정제하여 작성하는대도 굉장히 긴 글이 된 것 같습니다. 두세 시간은 손님과 떠든 느낌이네요! 부디 이 글이 누군가에게 어떤 식으로나마 작은 위안이나 위로가 될 수 있었길 바랍니다.

손님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아름다운 타투로 표현하며,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함께 추구하는 제 소중한 타투샵에 당신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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